모닝 커피 by saltyJiN

렌트카 반납인 오후 3시 까지 15시간이 남아 있었다. 간만에 일찍 잠을 청했지만 저녁에 맥주 한잔 마시고
몰려드는 피로에 낮잠 아닌 낮잠을 잠시 잔 탓인지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뒤척이다 침대 밖으로 나와 생각없이
노트북 전원을 넣는다. 자동적으로 메신저를 켜고 사냥감을 고른다. 잠이 안온다, 같이 맥주 한잔 할까, 그런데 집이 너무 멀다.
 일어나면 오전중에 들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된거, 오픈 시간에 맞춰서 다운타운 내려가봐? 하는 생각이 든다.
떡밥을 던졌다. 의외로 선뜻 물어 주었다. 만일 일찍 일어나면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잠을 청했다.
1시. 저녁내내 강풍이 불더니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허나 날리는 밀도에 비하면 그다지 쌓이지는 않는다. 괜찮겠지.
2시.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 허나 이정도 쯤이야... 괜찮을거야.
3시. 어쩌면 내려가지 못할지도 몰라. 괜찮을까?

6시. 평소같으면 상상도 못할텐데 알람소리 한번에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창밖을 본다.
......

목숨이 아깝다면 이쯤에서 관둘까...

허나 쓸데없는 의욕에 차 있던 나는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온다.
까딱하다간 골로 가겠구나 하고 느끼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눈길 운전의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한 나는 눈을 부릅 뜨고 어깨에 힘을 잔뜩 넣고 엉금엉금 어찌어찌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성공.
이리하여 두 남정네의 모닝 커피는 시작되었다. 

다운타운은 소통량이 있어서 그런지 비교적 괜찮았다. 눈이 비로 바뀌기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오픈 시간인 7시 딱 맞추어 오고 싶었지만 근소한 차로 실패. 허나 첫 손님이었을지도?

일단 들어가긴 했지만 사정이 있어 바로 주문을 할 수는 없었다.

낯선 아저씨가 금전 등록기를 흔들고 때리고 있어. 이건 설마!?

평소와 다른 점을 찾아보자. 힌트는 이미 주어졌다.

눈오는거 보고 망설임의 여지 없이 장화를 꺼냈다. 가격대비 실용성, 만족도는 유니클로 청바지와 맞먹는다.
이번 겨울도 잘 부탁한다.

꽃, 커피 분쇄기, 바리스타. 빨강 삼종 세트.
금전 등록기에 문제가 생겨 아가씨와 아저씨가 카운터 밑에서 흔들고 때리고를 십여분.


*


스프를 노리고 te aro를 갔건만 스프는 아직 제조중인 터라 음료로 대신하고
시간은 한창 붐벼야 할 시간대인데 날씨 탓인지 텅텅 빈 실내에 남자 둘.


*


흑마 1호 조종석. 간혹가다 밑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는 소문이...

커피 우유.

초코 커피.

수면 부족에 카페인 섭취로 몸 상태도 그렇고 날씨도 구린 탓에 차가 있어야 갈만한 크레마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매우 일찍 일어난 탓에 하루가 평소의 1.5배처럼 느껴졌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에 대체 무얼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밀린 빨래를 했다.


덧글

  • subin 2009/12/10 14:02 # 답글

    커피우유, 초코커피. 맞아요, 우리말로는 바로 고거죠.
    일곱시인데도 어둑어둑하군요.
  • saltyJiN 2009/12/11 04:47 #

    7시 반은 되어야 동이 트고 오후 4시 반 되면 해가 집니다. 칼퇴근 햇님...
  • 쫑깽 2009/12/10 18:45 # 답글

    그나저나
    장화라니...
    ........................훕
  • saltyJiN 2009/12/11 04:47 #

    나도 처음엔 웃었지. 허나... 필수품.
  • 정인 2009/12/11 10:25 # 삭제 답글

    비가 내려서 눈이 질척거리긴 해도 다 녹긴 할 거 잖아요....
    여긴..뭐...어제도 또 눈와서..도통..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토요일에는 무조건 따끈한 라떼를 마시러 카메라 들고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ㅎㅎ
    늘 느끼는 거지만, 똑딱이로도 느낌 좋은 사진 담아내시네요.... :-)
    그럼요, 그런 장화 하나 필수죠, 여기선!
  • saltyJiN 2009/12/11 12:33 #

    이날 아침의 첫 라떼는 정말 몸을 녹여주더군요. 조금 전 까지의 눈길 운전에서 오는 긴장감이 녹아들며 새롭게 밀려드는 피로함. ㅎㅎ
    이번 9월에 후지 똑딱이를 샀는데 실내에서 참 잘 찍혀서 좋아요. 물론 똑딱이는 똑딱이, 블로그에서 보기 좋아보이는건 리사이즈와 가게 조명의 공이 크지만요.
    칭찬 고맙습니다!
  • osolee 2009/12/12 03:32 # 답글

    캐나다도 눈때문에 난리군요. 도로도 막히고 인도도 막히고, 춥고 불편해 죽겠습니다!
  • saltyJiN 2009/12/12 04:18 #

    완전 변두리라면 눈이 내린 그대로 하얗게 보존되니 아름다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도심에선... 녹은 위에 쌓이고 녹인 물이 고이고의 반복으로 거리는 똥물천지.
    길 한켠에 거뭇거뭇한 눈들이 겨울내내 쌓여있고... 이쪽에 있다보니 눈=더럽고 불편한거로 생각이 바뀌어요.
  • 딸뿡 2009/12/12 03:44 # 삭제 답글

    사냥감, 알람소리에 이불을 박차고, 아침 7시에 눈길을 뚫고... 아.... 남자 지인과..... :D 커피를 사랑하시니까요~
  • saltyJiN 2009/12/12 04:21 #

    할 일이 지독하게도 없었던 게지요. 평소 차없는 생활이다보니 간혹 차가 생기면 대중교통으로 한번에 한곳씩 가던 걸 몰아서 가고 싶어지거나, 평소 가기 힘든 거리의 장소에 가고 싶어지네요.
    이젠 차 빌릴 일도 없고 날도 춥고 얌전히 집에서 모카나 만들어 먹어야지요.
  • 2009/12/12 21:4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altyJiN 2009/12/13 01:37 #

    여유는 아니고 뻘짓정도...
    그게 어떤 자리가 되었든 일단 겨울엔 장화 아니면 길을 걷기가 참 힘들다.
    내가 아무리 조심스레 걸어다녀도 언제 어디서 똥물 세례를 받을지 모르고, 일단 신발 더럽히지 않고 걷는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 아늠 2009/12/13 11:26 # 답글

    나뭇잎 아트 보니 유명한 바리스타 한 분께서 만들어주셨던 커피가 생각나요~
    제가 워낙 초코 매니아여서... 초코커피하니까 구미가 확 돕니당.. 잇힝..
  • saltyJiN 2009/12/13 16:09 #

    초코커피~ 좋지요. 저도 매우 좋아라 합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시작하게 됐구요.
    요샌 뭐 그다지 안가리고 이거저거 마시지만 뿌리는 초코커피!
  • beloveul 2009/12/13 23:22 # 답글

    어 내가있을때 ㅋㅋㅋ 삿던 장화자나~
  • saltyJiN 2009/12/14 01:17 #

    잘~ 신고 있음. 곱게 쓰면 내년 겨울까지도 신을 수 있을 듯.
  • Claire 2009/12/14 20:45 # 답글

    캐나다의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는
    어찌 이렇게 맛나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
    국내와 외국의 에스프레소 메뉴 커피맛은 차이가 많이 나나요?
    괜시리 궁금합니다
  • saltyJiN 2009/12/15 03:04 #

    그건 맛있는 집만 찾아가기 때문이지요. ^^; 보기 좋은게 먹기도 좋다고 요새 다들 라떼아트에 신경쓰는 분위기라 그런걸까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게 이쪽에 온 이후부터라 일년 반 남짓밖에 되지 않았어요. 물론 그 이전에도 가끔 모카정도는 마셨지만 일상에서 즐겨 찾아 먹는 정도까지는 아니였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의 커피, 카페 경험이 전무해요. 클레어님 글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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