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시마 커피집 by saltyJiN

올 9월 카고시마에서 들른 커피집들입니다. 카고시마시 중심부인 텐몬칸 지역이니 다들 걸어서 다닐만 해요.
여기 소개한 곳 외에도 두세군데 더 가보긴 했지만 불특정다수를 향한 포스팅인 만큼 알아서 걸러냈습니다.


오늘의 커피입니다. light or dark. mild or bold. 위에 레버를 한번 누를 때 마다 100엔이랍니다.
한번 눌러서 컵을 채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리 비싼 값은 아니네요.
오히려 저처럼 많이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득일지도요.

자체 로스팅 원두도 팝니다. 
 
좁은 내부 안에 이것저것 빼곡하게 들어 서 있네요.

라떼. 실내에 앉을 공간이 없는 관계로 기본 테이크 아웃 분위기입니다. 두사람 정도가 서서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바 공간은 있습니다. 머그에 달라 부탁하니 이렇게 예쁜 그림까지 그려주네요. 고소하고 부드러운게 참 맛나요.
평소 라떼에 설탕을 넣어 드시는 분들도 여기라면 설탕 없이 도전해 볼만합니다. 
 
일본하면 아기자기하고 동네 뒷골목의 작은 가게에서도 예쁜 라떼아트가 나올 것 같죠. 대도시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제가 아는 한 적어도 큐슈에서는(후쿠오카 제외) 소위 블랙커피라 불리는 핸드드립이 여전히 강세입니다.
물론 이런 핸드드립을 주로 하는 킷사텐, 커피 전문점들이 에스프레소 음료를 내세우는 대형 체인 카페들의 영향으로
많은 타격을 입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에스프레소 음료를 메인으로 하는 개인 커피집은 찾기가 그리 쉽지 않지요.
텐몬칸(카고시마시 번화가)에도 골목골목 많은 커피집들이 있었지만 라떼, 카푸치노등을 다루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이곳이 근방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고 혹 가까이에 에스프레소 메인의 가게가 있는지 여쭈어도 봤지만
가까이에는 한 곳, 차타고 갈 수 있다면 소개해주겠다던 또 다른 한 곳 정도였어요. 
하여튼 카고시마에서 에스프레소 음료가 마시고 싶다면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여기로 갑시다. 

Coffee VOILA
지도



*



처음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여행용 수트 케이스였어요. 밤엔 불도 들어와요.

왼쪽부터 씨리얼, 카츠오부시, 아몬드 쵸코, 땅콩, 죠리퐁, 커피 생두.
원하는 재료를 커피에 얹어 먹습니다. 각 47엔. 믿거나 말거나... 

텐몬칸에서 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같은 뜨내기도 한번 들어가보면 '이동네에선 우리집이 최고'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니까요. 인상에 남았던 건 종업원분들이 흰 가운을 입고 일하신다는 점. 커피는 과학입니다.
만일 이 가게가 매물로 나온다면 구입해서 바로 bar로 영업이 가능할 정도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요. 

LIME LIGHT




*



 
텐몬칸에서 살짝 벗어나있지만 올바른 지도와 똥과 된장이 구분 가능한 눈썰미만 있다면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막상 여행을 가도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일은 그다지 없습니다. 당신이 매우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쪽에서 붙잡고 물어보지 않는 한 그들과 엮일 일은 거의 없지요. 게다가 전
맨정신으로는 친구를, 아니, 친구 이전에 말 붙이는 것도 시원찮은 사람이기에 그런 제가 꼽는 가장 좋은 수단은 술집을
활용하는 겁니다. 가급적 카운터가 있는 가게를 활용합시다. 이쯤되면 눈치 빠른 분들은 짐작 하셨을 듯.
bar를 활용합시다. 아무리 타지출신 바텐더라도 업무상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마련, 이를 대비하여 인근의 음식점 정보나
홍등가 시스템등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자기가 가는 단골집이라도 있기 마련이죠. 게다가 직업상 미각이 발달된
분들이다 보니 이분들의 추천에는 제법 신뢰가 갑니다. (허나 미각과 취향은 별개...) 바텐더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활용하세요.
어차피 그쪽도 어지간히 바쁘지 않은 이상 고객과 대화거리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영양가 없는 날씨, 출신 이야기 하는 것 보단 
구체적인 주제를 잡아주면 상대방도 답하기 편하겠죠. 예를들어 "마스터의 단골 술집 두곳을 알려주세요.", "반경 300m안에서 싸고
맛있는 집을 알려주세요.", "이동네 커피집 베스트3을 알려주세요." 등이 되겠군요. 만일 바텐더분의 관심분야가 아니거나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해도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의 경우 바텐더는 그 자리에 있는 단골 손님들에게 자문을
구할겁니다. 그러면 삼자 대화가 이루어지고 얘기가 잘 맞으면 그 손님과도 따로 대화를 이어 나가는거지요.

이 가게도 그렇게 알게 된 집입니다. 혼자서만 발품팔고 탐색했다면 찾지 못했을거에요.
마스터에게 커피집을 여쭈어보니 커피라면 저기 저 손님이 잘 아니 물어봐 주겠다 하시더군요. 
그분이 처음 추천해 주신 곳은 위의 라임 라이트였는데 가봤다고 하니 다시 잠시 생각해보곤 알려주신 곳이 이곳. 
친절하게 지도까지 그려주셨습니다.
 
일단 블랙으로 맛보시고 성에 안차면 설탕 우유 넣어드셈.

Kaffee Brahms




*




커피삼매(경)
토스트인지 샌드위치인지+커피의 세트를 400엔에 파는군요. 착한 가격. 원으로 환산하면 큰 매력이 없지만...

블렌드 작은 크기가 300엔. 착하다 착해. 저는 케냐AA를 마셨던 듯.

많이 사면 살 수록 할인폭이 커집니다. 저렇게 세세히 적어놓으니 잘은 몰라도 굉장히 이득보는 느낌이군요.
이집 돈버는 법을 좀 아시는 듯... 메뉴 아래에도 적혀있지만 실내가 작지는 않아도 크지도 않기에 60분 안에
자리를 비워달랍니다.

L인데 양이 제법 됐습니다. 분주한 시간대였던지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맛도 좋았습니다.
(사실 겁나게 시거나 이상하리만치 텁텁하지 않은 이상 그 차이점을 잘 몰라요.)

위의 두 집에 비하면 지명도는 떨어지는 것 같지만 실속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사고 싶네요.
제가 갔을 땐 점심시간 끝무렵이어서 조금 어수선하긴 했습니다. 이내 다 빠지긴 했지만요.

可否三昧 (코-히잠마이)



*



카고시마 명물인 후쿠레가시(ふくれ菓子)입니다.

생긴대로 노는 맛. 스펀지보다 찰지고 촉촉하고 카스테라보단 덜 섬세한 맛. 
지나치게 향이나 단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한게 무엇과 곁들여 먹어도 무난하게 맞을 것 같아요. 가격도 저렴한 편.
나가사키 카스테라 한줄 살 돈으로 저거 큰거 세개 삽니다. 

가게 앞에도 표식이 나와있지만 과자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이런 간판이 나와있습니다.

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오면 작은 찻집이 나와요.

테이블도 두세개 있습니다.

오후시간에 나오는 차 or 커피 + 후쿠레가시 세트를 시켜봅니다. 궁합이 좋네요.

바깥에도 자리가 있는데 지붕이 없는 구조라 비가 오면 이용할 수 없습니다.
 
뜬금없는 불어. 분위기좀 내 보시려고 했던 것 같은데 치명적인 실수가 냉,온 위치가 바뀌었음.
C로 시작하니까 CHAUD가 찬거라 생각한걸까... 근데 chaud 발음이 어떻게 되는거지.
늘 HOT 옆에 같이 써 있으니까 눈치로 외우긴 했는데...
 
비가 안오면 바깥도 괜찮을 듯. 나 혼자 저기 앉아있기엔 하트 등짝이 심히 부담스럽지만.

まるん (마룬)

점심엔 파스타 세트도 합니다. 가격은 천엔 안팎. 런치치고 그리 착한 가격이라 보기엔 조금 무리가.
같은 돈이면 걸어서 30초 거리에 있는 시오카제에서 신선한 회를 만끽할거에요.
 


*




마지막은 모험심이 넘치는 분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으스한 분위기에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는 들려오고...
나올 때 보니 자전거 근처에서 놀고 있더군요.

대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두웠습니다. 깜깜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어두운데서 보니까 조금 무서운 마요네즈 귀신들 큐피.

날도 더운데 문과 창문이 열려 있어도 통풍도 안되고 하도 쳐먹고 다녀서 그런지 전 전례가 없을 정도의 땀을 찔찔...
그 와중에 왜 커피는 뜨거운걸로 시킨건지. 왜 아이스로 시킬 생각을 못한걸까.
범상치 않은 실내 분위기와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죠니뎁 같은 주인분을 보고(후줄근한 하얀 셔츠에 헤어스타일이 딱 그모양)
걱정이 되었지만 커피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술도 취급하고 24시까지 영업하는 걸로 보아 저녁엔 바처럼 운영될 것 같네요.

cafe 揺蕩 (타유타우)




정리를 하자면,

분위기도, 맛도, 지명도 어느하나 빠뜨릴 수 없어-> 라임 라이트, 브람스
실속있게 한잔-> 커피삼매
블랙커피 말고 에스프레소 음료(라떼, 카푸치노...)가 마시고 싶어-> 봘라
맛있는 간식과 아담한 분위기-> 마룬
색다른 경험-> 타유타우

되겠습니다.

내친김에 이것도 올립니다. 위의 집들에 비하면 가게 내부는 조금 개성이 떨어지지만 깔끔하고 쾌적한 현대식 카페입니다. 
커피 맛도 좋구요. 체인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여기 파스타 런치도 합니다.
참고로 커피삼매, 마룬, 시오카제와 이집은 서로 가깝습니다. 제가 이동네에 다시 가게 된다면 10시 커피삼매에서
모닝세트로 커피와 빵을 먹고 11시에 나와 어슬렁 거리다 11시 반에 시오카제에서 점심, 식후 커피를 아카야에서 마시며
시간 좀 죽이다가 두세시쯤 되면 간식 먹으러 마룬 갈겁니다. 아주 알찬 동선이군요.

Akaya Coffee
지도 


간만에 공들여 작성했네요. (근래에 날로 먹었다는 얘긴 아닙니다.)
작성엔 두시간이 걸렸는데 볼 때는 삼분이면 끝나버리는군요.

핑백

  • supersoulfighter : 일본에서 찍은 것; 추억, 풍경 2/3 2009-12-05 14:26: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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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셀렌 2009/11/16 15:36 # 답글

    이 포슷은 아껴서 봐야겠어요. 청량한 일본느낌이 제대로네요. 맛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요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그런지..라떼아트 좋아하는데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 더 들어서요. 카고시마에 가게 되면 꼭 참고할께요!
    체크포슷에 담아요- 살티진님 바텐더시절 포슷도 생각나고 좋네요.
  • saltyJiN 2009/11/16 16:12 #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닳고 닳도록 봐 주세요. 라떼아트 보기엔 휙휙 돌리면 될 것 같은데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종합예술이에요.
    특히 일본이 레벨이 높더라구요. 제가 가장 신기해하는게 김밥으로 사람 얼굴 마는거랑 라떼아트랍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가끔씩 바텐일지 꺼내 봅니다. 재밌거든요. 하하.
  • subin 2009/11/26 22:28 # 답글

    와 예뻐라.
    헌데, 카스테라는 섬세한 맛이납니까?
    전 오히려 카스테라는 참 투박하고 단순하구나하고 생각했거든요.
    :) 잘보고 갑니다. 커피마시고 싶어지네요.
  • saltyJiN 2009/11/27 15:00 #

    카스테라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손이 많이 간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전 카스테라하면 굉장히 섬세하다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
    그에 비하면 후쿠레가시는 참 푸근하지요. 물론 이것도 과정은 간단치 않겠지만요. 그냥 막연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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