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커피집; のんきな珈琲店 by saltyJiN

여행이 끝나니 사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다른건 모두 제쳐두고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10월 1일, 카고시마를 떠나기 전날 오후 저는 어슬렁 어슬렁 커피집들을 돌다 저녁식사를 앞두고 잠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또다른 커피집 간판을 발견합니다. 이미 충분한 카페인은 섭취했지만 내일이면 떠난다는 생각에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더군요.
책을 꺼내들고 카운터 끝에 자리를 잡으려 하니 주인 되어보이는 할머니께서 책을 볼거면 반대편 끝에 스탠드가 있는 쪽으로
앉으라고 마침 한 손님이 떠난 스탠드 자리 앞에서 제게 말을 걸어주십니다. 나무의 따뜻함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은 내부입니다.
보통 일본의 커피집들은 담배때문에 안이 퀴퀴해지기 쉽기 마련인데 이집은 놀랍게도(일본에선) 금연인 탓인지 커피 향 외의
어떠한 불쾌한 냄새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올 초로 같은 자리에서 개업 10주년을 맞이했다는데 벽도 깨끗합니다.
커피집이 들어가 있는 건물 자체도 비교적 새로워 보였고 내부도 깨끗하길래 개업은 다른곳에서 하고 중간에 이쪽으로 이전한건가
여쭈어 알게 된 사실입니다. 커피를 시키려 앞에 놓여진 메뉴를 손에 집으니 가게로부터의 알림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8월 20일, 이 가게의 주인장이자 카운터 안에 계신 할머니의 남편께서 돌아가셨다네요. 계산대 가까이에 있던 카운터 안에서
일하는 모습의 남성분 사진이 주인아저씨였나 봅니다. 정성스러운 편지를 간략히 요약하면 남편이 있었기에 이 가게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고 남편이 없는 지금 이 가게를 계속 이어나간다는건 어려운 일이기에 10월 31일자로 영업을 중지한다는 이야기.

이렇게 좋은 곳을 여행 마지막 날에 알게 되었다는 좋은 소식과, 다음에 다시 올 수 없다는 나쁜 소식 두가지를 동시에 접하니
이것 참 묘한 기분이더군요. 분위기 좋고 사람이 불친절하면 그나마 정이라도 떨어질텐데 여긴 분위기가 더할나위 없이 좋고
현재 실질적인 주인이신 할머니가 사람이 너무 너무 좋으셔서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집 영업시간은 12:00~20:00. 다음날 1시에 근처에서 떠나기로 되어 있었던 저는 짐을 끌고 마지막 20분쯤 다시 가게를 찾았습니다.
트렁크를 보고 놀란 할머니께서 제 여행 일정을 물으셨고 해외로 간다는 사실을 들으시자 남편이 있었다면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며 무언가 저에게 주시려 열심히 가게를 뒤지고 뒤지셨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남편분은 본래 파일럿이었던 듯. 가게를 나서기 직전에 기장복을 입고 조종석에 앉아계신 남편분의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할머니는 남편이 이자리에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며 몇번이고 아쉬워하셨습니다.

계산대에 서 계신 분이 할머니. 키도 크시고 표정도 좋으시고 무엇보다 말씀하시는게 정중하고 따뜻합니다.
 전직 승무원이 아닐까 멋대로 추측중...

10주년 기념 접시. 단골 손님중에 이런거 하시는 분이 만들어 주신게 아닐까 또 멋대로 추측중...
 
설탕통.

다음날 점심에 찾아갔을 때. 가게 바깥까지 나와서 배웅해주시는 할머니를 보니 어찌나 찡해지던지.
다음에 카고시마를 들르더라도 이 곳엔 다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참 아쉬울 뿐입니다.
할머니,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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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persoulfighter : 다시는 보지 못 할 2009-11-01 13:33:28 #

    ... 한가한 커피집; のんきな珈琲店예정대로라면 10월 31일, 토요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겠군요. 기억의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 이미 그 곳에 없다면 참 안타깝겠지요. 그런데 조만간 없어 ... more

덧글

  • 타오 2009/10/06 19:08 # 답글

    가슴이 찡~ 하네요, 글만 읽어봐도 참 멋진 곳입니다. 그리고 참 아쉽기도 하네요, 할머니 건강하세요~!
  • saltyJiN 2009/10/06 21:11 #

    저기 있을땐 정말 찡했는데 글로 쓰고나니 어쩐지 그 느낌이 덜해져서 걱정했는데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정말! 따뜻한 곳 이었답니다.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편해지는, 좋아지는 그런 곳 이랍니다.
    사진으로나마 남겨두어 그나마 다행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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