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론토 하늘은 하루종일 맑음 by saltyJiN

하지만 별달리 할 일은 없었다. 간만에 다운타운에 나가 좋아하는 태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모카를 마시러 이동했다.
좋아하는 창가 자리는 해가 너무 뜨거워서 공동테이블에 앉았다. 오는길에 트램에서 주운 메트로를 천천히 넘긴다. 늘
그렇듯 헤드라인과 사진만 슥슥 보고 간혹 짧은 기사만 읽어본다. 메트로를 집어드는 이유의 99%는 마지막장의 수도쿠.
유료신문인 토론토 스타나 글로브 & 메일의 그것보다 훨씬 쉬운 난이도로 독자로 하여금 난 혹시 천재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물론 글로브&메일거 풀어보면 바로 깨갱하고 꼬리를 내리게되지. 그렇게 즐거운 착각의 시간도 끝나고 나니
다시 할 일이 없어졌다. 테이블 위의 신문을 뒤적거리며 다른 신문의 수도쿠를 찾아본다. 하나 겨우 찾았더만 누군가가 이미
끝내놓은 상태. 신문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테이블을 끼고 마주앉아있는 사람들과의 시선처리도 애매하고 해서 생각에도
없는 신문을 몇부 집어든다. 천안문사건 20주년인데 국가에서 평화적 시위라든지 그 날을 되새기는 군중을 차단하기 위해
주변에 손을 잘 써놔서 여기서 정말 2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건가? 할 정도로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어? 이거 요새
한국 인터넷 뉴스만 들어가면 접하는 소식이랑 비슷한데...

창가에 앉았으면 제법 긴 시간 멀뚱거릴 수 있는데 공동테이블에 앉는 바람에 멀뚱멀뚱 앉아있기도 더이상 힘들다. 신문을
읽는 것도 아니고 노트북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공부하고 있지 시선처리 힘들다. 머신
옆쪽 카운터 자리에 일본인 워킹홀리데이 바리스타 ㄴ씨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가서 인사나 하자. 그러고보니 이전에 얼핏
들었던 비자 연장 이야기가 궁금해져 물어보니 그냥 접고 일본 돌아가기로 했단다. 2주후면 돌아간다고. 아쉽게도 나와는
그닥 연이 없었지만 그래도 다운타운에 그것도 소문좋은 커피집에 동양인 바리스타가 흔한것도 아니고 특히나 여기서 자란
사람이 아닌 바다건너와 밑바닥부터 시작한 사람이라 보며 용기도 얻고 내심 뿌듯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살짝 섭섭하다.
사실 안면을 튼 직후에 내가 좀 들이댔었는데 반응이 시덥잖아서 조금 서운해 한 적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의 바리스타라니,
게다가 동양인에 제법 비슷한 또래라 괜시리 친근감이 들어, 또 조금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한두번 말을 걸어 보았으나 반응은
전형적인 일본인의 거절 패턴이랄까, "그럼 다음에 ~합시다" 운을 띄우면 "좋아요 그러죠!" 이러다 막상 구체적으로 날을
잡으려 하면 "요새 조금 바빠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후론 그냥 나도 접고 가게에서 마주치면 형식적인 대화정도.
하긴 내가 친근한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들르는 단골도 아니고 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더라도 무리는 아닐터.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남 탓할게 아니다. 문제는 나에게 있는거지. 어쨋든 그래도 돌아가기 전에 한번 가게에 들러 인사는 해야겠다.

이내 ㄴ씨는 가게를 떠났고 난 또 그렇게 앉아 이번엔 에스프레소 머신만 멀뚱히 쳐다보았다. 10여분의 짧은 러쉬가 있었는데
내내 샷을 뽑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맛깔나게도 떨어지는구나. 하지만 오늘은 더이상의 카페인은 삼가고 싶었기에 다른 주문도
없이 그냥 그렇게 있었다. 가게를 나선게 3시쯤. 날씨는 무척이나 좋은데 딱히 갈 데가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 괜한 궁상떨다
러쉬아워와 겹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 여유있게 지하철에 엉덩이를 붙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 <낮술>을 보았다. 컵라면과 소주가 궁합이 그리 좋댄다. 주인공은 자의로, 타의로 계속 마신다.
보다보니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가 땡긴다. 안그래도 냉장고에 한병 있기는 한데 분명 한잔 마시면 도로 집어넣을게 뻔해.
후반으로 가 이젠 마실 상태가 아님에도 한국의 술 권하는, 거절 못하는 분위기로 인해 연거푸 잔을 넘기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속이 쓰려온다. 그래도 라면과 소주의 궁합이 아직 조금은 궁금하다. 집에 삼양 간짬뽕 있는데...



덧글

  • 717系 2009/06/08 22:01 # 답글

    dark horse에 혹시 한국 남자는 안오지 않아? 내 보기에 절대 안올 듯 하다.. 마크에, 날개에 별이 달려있군. 닻 이미지가 추가되었다면... 완전 모국가의 국방부 마크잖아!! 후덜덜.. (사진보고 충격보고 글 남김)
  • saltyJiN 2009/06/09 12:56 #

    그런거였어... ㅎㄷㄷ
    오너는 서양인인걸로 알고있는데 뒤를 좀 캐봐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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